메뉴 건너뛰기

건강 Hot 이슈

  • 카카오톡 상담 (모바일)
  • 네이버톡으로 상담하기

겨울의 시작 ‘입동(立冬)’을 지나 아침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의 근육, 혈관, 신경 등은 위축되고 경직된다. 또 활동량이 줄고 면역력이 약해져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병이 악화하거나 숨어있던 질병이 발현하기도 한다. 건강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당뇨병은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겨울에는 신체의 혈액순환이 둔해져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은숙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며 “경한 당뇨는 증상이 없고 스스로 알기 어려워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살이 빠진다거나 갈증이 심하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심한 고혈당으로 인한 심각한 위험신호는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매년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World Diabetes Day)’이다. 이날은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insulin)을 개발해 당뇨병 치료의 새 장을 연 캐나다 출신 의사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의 생일이다. 밴팅은 1921년 이자(?子)의 분화된 세포에서 인슐린을 추출해 이듬해 임상에 처음 적용했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은 당뇨병 앓아

 

당뇨병은 국내에서 6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국내 인구 10만 명 당 17.5명이 당뇨병으로 사망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 9월 당뇨병 팩트 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1)에서 2020년을 기준으로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학회가 2012년 팩트 시트에서 2050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 환자 수 591만 명을 30년 앞서 추월한 것으로, 2010년 당뇨병 환자 수가 312만 명임을 감안할 때 10년 새 약 2배 증가한 것이다.

 

학회는 또 2020년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단계 인구를 약 1583만 명으로 추산해 당뇨병 환자 600만 명을 포함, 우리 국민 2000만 명 이상이 당뇨병 또는 당뇨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당뇨병은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양인에게 더 심각한 질병으로 알려진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 중 약 60%가 아시아에 거주하고 있을 정도다. 김은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해외 한 연구를 보면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췌장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인슐린을 적게 분비하고 췌장 기능도 떨어져 당뇨병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런 신체적 조건에 식습관은 서구적으로 변하다 보니 내장비만이 늘고 상대적으로 당뇨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체중 줄고, 갈증 심하고, 소변 자주 마렵다면 이미 당뇨병

 

당뇨병은 고혈당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혈액 안에 있는 포도당(혈당)이 정상치보다 높아 소변으로 넘쳐 나오는 질환이다. 당뇨병(糖尿病)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포도당은 우리 몸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원을 만들고, 인슐린은 이 과정을 돕는 호르몬이다. 만약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작용을 잘못하게 되면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설되고 많은 양의 소변을 보게 된다. 이로 인해 몸 안에 수분이 모자라 갈증이 심해지고, 섭취한 음식물이 에너지로 이용되기 어려워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공복감을 자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몸 안의 세포에서는 포도당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중은 오히려 줄고 점점 쇠약감을 느낀다.

 

김은숙 교수는 “당뇨병으로 진단된 지 얼마 안 됐다 하더라도 살이 빠진다거나 갈증이 심하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깨달았을 때는 심각한 고혈당으로 즉시 치료가 필요한 위험 징후일 가능성이 높다”며 “당뇨병 또는 경계성 당뇨 진단을 받게 되면 바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경계성 당뇨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있다. 경계성 당뇨는 당뇨병 전단계를 의미하는데 일반인보다는 혈당이 높고 당뇨 환자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로 당뇨병 고위험군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공복은 126부터는 당뇨, 100 이상이면 전당뇨로 본다. 당부하 검사 시 2시간 혈당이 200 이상이면 당뇨, 140 이상 199 이하면 당뇨병 전단계 중 내당능 장애로 볼 수 있다. 당화혈색소로 보면 5.6 이하가 정상이고 5.7~6.4까지가 전당뇨, 6.5부터는 당뇨로 구분한다.

 

먼저 정기검진에서 당뇨병 전단계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규칙적인 식습관, 균형적인 식단과 함께 운동 시작을 권한다. 비만이라면 체중감량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1년에 1회 정기적인 검사는 필수다. 당뇨병 고위험군의 경우 운동, 식이조절을 통해 체중 조절 시 당뇨병 발생을 예방함은 물론 효과가 10여 년 이상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은숙 교수는 “우리가 안경을 쓰는 것을 완전히 치료했다고 하지 않듯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혈당을 잘 관리하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고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 또 초기에 혈당 관리를 잘하면 이후에도 고혈당으로 인한 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 시 혈당 변동폭 확인이 중요… 개인별 ‘맞춤치료’ 권고

 

당뇨병을 치료할 때는 하루 동안 최고 혈당과 최저 혈당의 차이인 혈당 변동폭을 확인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절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이 급격하게 변할수록 혈관 속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해 혈관의 내피세포를 자극하고 동맥경화를 부르는 등 혈관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또 혈당 변동폭은 하루 중 최고 혈당과 최저 혈당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저혈당, 고혈당과도 연관이 깊다. 적절한 수치에서 큰 병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을 잘 다스리면 혈당 변동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는 약제의 작용 시간이나 복용량, 먹는 음식의 양, 운동 여부에 따라 혈당이 수시로 변해 변동폭이 커진다. 이때 혈당 변동폭을 지표 삼아 치료제와 함께 다각적 치료를 통해 혈당 변동폭을 관리하게 된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과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혈중 포도당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 음식을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총열량의 50~60%, 지방과 단백질은 각각 20% 내외로 섭취하도록 권고한다. 다만 식습관, 기호도, 치료 목표에 따라 개별 적용할 수 있다.

 

최근의 당뇨병 임상 진료지침은 개인별 ‘맞춤치료’를 권고한다. 상황을 고려한 개별화된 혈당 조절 목표를 제시하고 혈당 수치에 근거한 지표에 환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더한다. 어차피 당뇨병 치료의 목표는 환자의 혈당 조절을 향상시키고 당뇨 합병증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비만하거나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되는 경우 또는 단백뇨 발생 등의 콩팥 이상 징후가 보이는 경우 등 개인의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식사 요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의사와 상의한 후 개인의 질환 상태에 알맞은 식사 요법에 따른다.

 

김은숙 교수는 “당뇨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정기검진이나 고위험 시 적어도 매년 규칙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고, 검진 시 수치를 주의 깊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당뇨병을 진단받았을 때는 의료진과 상의해 조기에 생활습관 교정, 약물치료 등 혈당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고 환자에 맞는 방법을 찾아 제때 적절히 치료받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