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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공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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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30일 시행 예정인 정신보건법이 오히려 정신질환자의 제대로 된 치료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신보건법은 정부가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강제 입원 조건을 강화한 법안이다. 하지만 새 법안은 정신질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인권 보호의 취지와 국내 정신 의료 현실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의 핵심 조항인 강제 입원 조건은 다음과 같다.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을 앓을 것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것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명의 진단이 같을 것 등이다. 해당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 중 하나인 조현병을 앓는 환자의 경우 망상·환청의 증상이 심하더라도 그 위험성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해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야만 입원 치료가 가능하다. 재발이 명백한 환자를 가족들이 어렵사리 병원에 데려와도 까다로워진 입원 요건에 의해 입원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정신과 전문의 2명이 같은 진단을 내려서 입원을 하도록 한 조치는 형식적인 진단이 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의료선진국에선 정신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함께, 사법 기관이나 공정한 심의기구에서 다시 평가한다. 공정한 기구에 속한 전문가가 환자를 직접 조사해 입원이 적합한지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인력과 재원의 부족으로 형식적 서류심사에 그쳐왔다. 개정법에서는 이러한 미비점을 내버려 둔 채, 근처 민간 병원 정신과 의사가 방문해 서로 품앗이하듯이 진단을 확정하게 했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원래의 취지와 거리가 먼 것이다.

정신보건법은 원칙도 준비도 없이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시행했다가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많은 정신질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것이다. 더욱 문제는 입원 기준은 엄격하게 강화한 데 반해, 정신과 전문의가 상근하지 않는 정신요양원에 위중한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소는 허용한 것이다. 집중적인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요양 시설에 수용하는 일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정부의 인권 보호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환자와 환자의 가족을 위해서 개정법의 무리한 시행을 자제하고 재개정을 논의할 때다.